조각가 권오상의 세 번째 이야기 그는 천재다.사진을 조각에 붙인 가벼운 조각 '데오드란트 타입(Deodorant Type)' 시리즈를 선보이면서 미술계의 떠오르는 스타 작가로 떠올랐다. 이후 '더 플랫'(The Flat), '더 스컬프처'(The Sculpture), '뉴 스트럭처'(New Structure), '릴리프'(Relief) 시리즈 등을 잇달아 발표하여 사진 조각의 범위와 개념을 더욱 확대함과 동시에 국내외 미술계 무대를 누비며 자신만의 조각 세계를 확고히 하였다. 여러 분야의 브랜드와 언론으로부터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에르메스, 커스텀멜로우, 펜디, 나이키, BMW, 킨, GD 등 다양한 브랜드 및 뮤지션들과 협업했다. 인사동미술공간, 아라리오갤러리, 맨체스터시립미술관, 두산갤러리뉴욕, 페리갤러리, 오키나와현대미술센터, 워터폴갤러리뉴욕, 에르메스시드니, 윌링앤딜링 등 국내외 수많은 미술관 및 갤러리에서 30여회의 개인전을 진행하며, 주요 작품 소장지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리움, 부산시립미술관, 싱가포르미술관, 경기도미술관.
권오상 작가는 수많은 브랜드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작품에서는 동시대가 가장 사랑하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이자 스스로 미디어와 유연하게 소통하는 매력적인 콜라보레이션가로 그를 소개한다.
에르메스 윈도 디스플레이, 2020
권오상 , New Structure Of S c ulpture – A Trip To Another Joyful Place , 2020 , C - Print , Mixed Media , 2618x900x3539 ( h ) cm
최근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에르메스 매장 오픈에 맞춰 공개된 "에르메스 윈도 디스플레이 2020"에서 권오상 작가의 신작 <New Structure of Sculpture - A Tripto Another Joyful Place>가 처음 공개되었다. 이번 협업 프로젝트에서 권오상 작가는 대표 시리즈 '데오드란트 타입' 정물 조각 2점을 제작했다. (프로젝트는 2021년 2월 16일까지 공개)
권오상 , New Structure Of S c ulpture – A Trip To Another Joyful Place , 2020 , C - Print , Mixed Media , 2618x900x3539 ( h ) cm
얼마 전 공개한 에르메스와의 윈도 디스플레이 협업은 어떠셨나요?
최근 공개한 협업작업으로 개인적으로 애착이 갔던 프로젝트입니다. 팬데믹이라고 하는 이 시기적 상황을 작업에 도입하는 것이 큰 과제였습니다」여러 가지로 생각을 거듭하는 최종적으로 지금의 데오드란트 타입 정물 조각을 만드는 것에. 코로나 시대에 힘들게 진행하게 되었습니다만, 결과적으로는 작업이 잘 된 것 같고, 에르메스 측도 기꺼이 받아들여 주셔서 다행입니다.
문을 중심으로 윈도우 작품들이 설치되어 있는데 한쪽에서는 지구본, 에르메스를 상징하는 말, 인형 등이 보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기타, 드럼 등의 악기를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우리 생활에서 잃어버린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봤어요. 하나는 여행이었어요. 특히 멀리 떠나는 여행이겠죠. 그것과 관련된 오브제를 구성한 것입니다. 또 하나는 연말 콘서트 느낌을 내고 싶었어요 항상 한 해가 끝날 때쯤 누렸던 많은 것들이 당연하잖아요 한편으론 안타깝지만 시간이 지나 언젠가는 다시 이런 일상을 되찾을 날이 오겠죠.
2017, Maison Hermes Aut umn Window, Shanghai, Installation view 2017년 에르메스 메종 상하이에서 열린 가을 Windows 프로젝트
2016 Hermes Windows, Sy dney Installation view 2016년 에르메스 시드니에서 작업한 Windows 프로젝트 설치 전경
에르메스와 몇 번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16년 에르메스 시드니와 함께 협업했고 2017년 가을에는 에르메스 메종 상하이와 작업을 한 적이 있죠.
-네, 나라마다 컨디션은 달랐는데 시드니의 경우는 정말 사진조각 개인전 느낌으로 작업을 했고 상하이에서는 릴리프 시리즈와 뉴스트럭처 작업 위주로 했습니다. -이번에 에르메스코리아와는 처음 작업하는 건데. 한국은 모든 매장의 윈도우를 현대미술작가가 작업하고 있고, 아틀리에 에르메스라는 전시장을 따로 두고 있을 정도로 작품을 보는 수준도 높고,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어요. 전 세계 에르메스 윈도우는 본사에 있는 할머니 디렉터 중 한 분이 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언제 어느 나라와 작업했는지도 알고 있었어요. 이게 마치 세계를 컨트롤하는 느낌일까요?
<피스 마이너스 원: 무대를 넘어서> 무제의 GD, 2015
권오상 , Untitled GD , 2015 , C - print , Mixed media , 176x105x380 cmStones , 2015 , C - print , Mixed media , Dimensions Variable
그룹 빅뱅의 지드(G-DRAGON)를 앞세워 큰 화제를 모았던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피스 마이너스 원: 무대를 넘어서'. 권오상을 비롯해 손동현, 박형근, 마이클 스코긴스 등 작가 14명(팀)이 참여했고, 지드래곤을 주제로 하거나 협업한 작업 2백여 점을 선보였다. 성 미카엘이 악마를 무찌르는 도상을 모티브로 한 이 작업에서 천사도 악마도 지드래곤의 얼굴을 하고 있다.
권오상, Untitled GD 중 일부 천사와 악마가 동시에 존재하는 인간 본성을 상징한다.
2015년 열린 <피스 마이너스 원> 전시회로 미술계가 들썩거렸죠. 지드래곤이 가진 상징성은 분명히 있겠지만 저는 그때 작업에 차용한 성 미카엘의 도상 때문에 그 작품이 아주 인상에 남아요.
수호천사인 성 미카엘이 악마를 무찌르는 장면인데 아주 유명한 도상이네요. 미카엘과 루시퍼를 생각해보면 루시퍼도 원래는 천사였는데 타락해 버리잖아요. 신화에서 보면 천사와 악마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을 상징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미카엘과 악마의 얼굴에 지드래곤의 얼굴을 넣은 이유죠.
당시의 지드래곤 얼굴은 인터넷에 있는 사진입니까?
네, 몇 차례 회의를 한 적도 있지만 워낙 대중적으로 알려진 인물이라 공개된 이미지를 쓰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중심인물 주위에 있는 애완동물은 실제로 지드래곤씨가 기르고 있는 개나 고양이들입니다. 그 사람들은 이미지가 없어서 작업실에 데리고 와서 촬영을 했습니다
권오상, Untitled GD 중 일부 명화의 도상에서 차용한 상징물 사이에 GD의 반려동물인 강아지와 고양이가 있다.
당시의 유명 인사와 미술의 조합으로 상당한 쟁점이 되었습니다만, 전시가 의미있게 연결되어 있지 않은 느낌이군요.
이 전시는 처음부터 의미있게 하려는 많은 노력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YG 기획팀과 서울시립미술관의 김홍희 관장님 모두 이 전시의 시대적 파급력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시대의 아이콘을 통해 현대미술이 대중과 만나는 접점을 모색한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 여러 가지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던 게 사실이에요. 아무튼 그런 시각과는 별개로 저는 꽤 재미있었어요. 전시 후 아시아를 순회할 계획도 있었지만 축소되었습니다. 참, 이 작품은 올해 4월 중순부터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 열리는 기획 전시에서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킨 <Perfect Symmetry> 앨범 자켓, 2008
KIN 표지 앨범 커버 © Island Records
2008년 10월 영국 얼터너티브 록 밴드 Keane이 발표한 <Perfect Symmetry> 앨범 재킷. 1920년대 독일의 바우하우스 운동에서 영향을 받은 삼각형 패턴이 인상적이지만 앨범 재킷 내부에는 킨의 네 멤버를 데오드란트 타입으로 만든 작업이 실려 있다. 이 작업을 위해 권오상 작가는 멤버들의 모습을 각각 1천 장에서 3천 장의 사진으로 찍어 한국에 돌아와 6주 동안 밤낮으로 작업하여 완성했다고 한다.
선공개 된 앨범 재킷을 본 카니예 웨스트는 「대단해! 어떻게든 내 블로그에"끝낸다"라고 하는 폴더를 만들어야 한다. 바로 이 앨범 때문에!라고 남겼다. 이 앨범은 음악적으로나 아트웍적으로 성공을 거둔 경우다. 발매하자마자 영국 앨범차트 1위, 미국 빌보드차트 7위를 기록했고 여러 매거진에서 최고의 앨범으로 꼽혔다. 이 앨범을 계기로 외신들은 권오상 작가를 주목했지만 킨은 그럴 때마다 늘 이렇게 말했다. "그는 천재야.
(상,우측 하단) 권오상,K EANE CHAPLIN,2008,C-print-mixed-media-195x75x55cm2 (좌) 권오상,KEANE HUGHES,2008,C-print-mixed-media-200x110x80cm2
<Perfect Symmetry> 협업 당시 킨이 맨체스터 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작가의 개인전을 보고 직접 연락을 했다고 합니다.
그때 직접 와본 건 아니고 전시기사가 많이 나왔는데 그걸 본 것 같아요. KIN에서 보컬이자 기타를 맡고 있는 톰 채플린이 한국으로 치면 예술학과를 전공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미술에 관심이 많거나 또 당시 앨범 작업을 할 때 미술가들과 협업하려고 나름대로 작가들을 찾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 맨체스터에서 개인전 디스플레이를 마쳤는데 주말에 런던에 와 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 당시 바빠서 문득 들어보니 다른 아티스트도 후보에 있다고 해서 한국에 와버렸어요. 그런 걸로 경쟁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킨 측에서 저와 함께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요. 아무튼 그래서 다시 런던으로 돌아가 촬영하고 한국으로 돌아가 작업을 완성했죠.
( 위 ) 권오상 , KEANE , HUGHE S , 2008 , C - print - mixed - media , 200x110x80cm ( 아래 ) 권오상 , KEANE OXLEY , 2008 , C - print - mixed - media - 167x145x120cm
각자 다른 모습을 데오드란트 타입으로 만들었는데 당시에는 정말 센세이셔널했어요. 앨범 재킷을 위해 뮤지션을 하나로 묶는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니까요. 이 작품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작품은 멤버들이 하나씩 가지고 있어요. 작업을 마치고 주변을 둘러보니 한국에도 KIN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또 코미디 프로그램의 BGM으로 쓰이는 노래도 있어서 꽤 대중에게 친숙했죠. 그러자 자기들은 일본까지 가서 한국에 온 적이 없다며 관심을 보였습니다. 마침 한국에서 열리는 록 페스티벌에서 내한을 제안했고 그걸 계기로 한국에 처음 오게 됐어요.
어머, 그런 인연으로 KIN이 한국에 내한했군요.
제 말을 듣고 한국에 와봤다고 좋아했죠. 공연장에 가면 한국 음악팬들이 환호성을 지르잖아요. 그래서 2012년 현대카드로 열렸던 슈퍼콘서트 때 다시 와서 제대로 공연을 했어요.
권오상 , W , 2009 , C - print , M i xed media , 175x75x70cm
하퍼스 바자회 매거진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만든 배우 유아인의 흉상작업 중 하나
이처럼 동시대의 다양한 인물 및 브랜드와 호흡하는 작업들을 많이 선보였는데, 작가에게 이러한 협업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제 포트폴리오를 보면 크고 작은 협업이 계속되고 있어요. 그만큼 협업의 비율이 높은 편이죠. 프로젝트 속에서 작품의 방향에 관여하는 것은 거의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회사라면 이번 작업을 할 때 자동차와 관련된 무언가를 하나 넣어야 할 텐데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합니다. 제 작품에는 물건이 많이 등장할 겁니다. 하지만 의외로 콜라보 할 때 자신들의 것을 넣어 달라고 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저는 차라리 물건을 좀 넣었으면 좋겠는데요. 미술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상상의 범위가 없다는 것과 비슷해요. 상상에 대한 한계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작업하는 것이 제 직업이니까요. 작업을 할 때 제약이나 조건이 있으면 저는 더 편할 것 같아요 그건 상상의 범위가 생기는 거예요 아무튼 앞으로도 재밌는 여러 가지 작업들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 4화에서 계속됩니다.
기획 | 디자인프레스 편집부글 | 디자인프레스 이서진 수석기자(designpress2016@naver.com) 사진 | 임상현 (아트스튜디오) 자료제공 | 권오상 작가
디자인프레스는 매주 1명의 크리에이터를 선정해 '네이버 디자인-Oh! 크리에이터'를 연재합니다.동시대에 주목할 만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에게 듣는 다양한 디자인 스토리! 네이버 디자인 보드로 매일 만나보세요 :-D
Oh! 크리에이터 - 조각가 권오상 01. 세계를 놀라게 한 사진 조각의 탄생 02. 21세기의 호쿠니 ▶ 03. 에르메스에서 GD까지 동시대와 호흡하는 권오상 식 협업! 04. 슈퍼카트 아트 퍼니처 05. 지구인이 만들 가장 아름다운 사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