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로나스 메소세키, 고전 독서 모임에 참가하는 코코로
모든 것은 마음에서 출발한다.
실제가 아닌 일도 마음속으로는 실제가 되기도 하고 더 크고 작은 일이 되기도 한다.
적극적으로 다양한 생각을 얻는 것과 생각이 부딪쳐 힘들더라도 그 고통이 내 마음의 그릇을 키워준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작품에서 얻은 배움
인간의 내면을 세밀하게 스케치한 소세키의 소설 나는 바닷가에서 만난 선생을 멘토로 삼아 지속적으로 방문한다.
삶의 깊이와 함께 비밀을 지닌 선생님은 매달 누군가의 묘를 찾지만 아무도 모르는 이유로 평생 동안 사람을 혐오하며 혼자 지낸다.
소중한 아버지를 지키기 위해 고향에 가는 동안 선생님께선 유서로 보이는 편지가 날아든다.
이 편지는 선생님이 혐오에서 비롯됐고 일련의 사건으로 결국 자신도 혐오하게 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고전문학독서회 달보드레의 8월 첫 작품은 심인간 실격 이후 두 번째 일본 고전이다.「나는 고양이이다」를 그만 포기하고 있던 나였으므로, 조금 무서워하고 있었지만, 술술 읽혀 합격. 잔잔하게 흐르다가 다음 이야기가 마음에 걸려 자꾸만 전개하게 된 작품이다.
인간내면의묘사가탁월하다는평이있는데개인적으로는너무디테일하게글을쓰는편이라서이런게세밀한묘사야? 생각나는 글 ㅎㅎ 난 너무 디테일한 사람 같아 -.-;;
마음 상태를 세심하게 글로 옮겨 화자 깊숙이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드는 작품이었다.
나는 왜 그렇게 선생님을 따랐을까?그에게 무엇이 끌렸을까.
이 부분을 동성애로 해석하는 관점이 있다고 한다. 작가의 다른 작품에도 하나같이 등장하는 패턴이랄까. 나는 잘 모르지만 동성애의 관점에서 풀면 이해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는 것도 사실.'나'가 왜 선생님에게 끌렸는지는 우리도 발견하지 못했어!
책을읽다보다는어떻게읽느냐가중요하다.
숙부의 유산 횡령으로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은 선생님. 어린 시절 가슴 아픈 대사건이었지만 그로 인해 더 이상의 삶과 선택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그만큼 책을 읽고 공부했더라면 스스로 치유돼 더 큰 마음을 가질 수 있었을까.
30년 넘게 책을 읽으며 세상을 등진 선생님은 자신의 생각에 동조할 만한 책만 찾아 확증편향을 가져오지 않았던가. 같은 책을 읽어도 어떻게 읽는지, 누구와 읽는지 그래서 중요하다.
이 주제를 나누면서 기승전독서회라는 결론을 내린 멤버들ㅋㅋㅋ
K의 죽음을 내 탓이라고 생각한 것은 또 어떤 마음에서 시작됐는지 궁금하다.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였을지 모르지만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비록 결정적이었다 하더라도 자살을 선택한 것은 선생님이 아니라 K의 선택이었다. 환경은 나의 지배권 밖이다. 어떤 환경에서도 나의 마음을 결정하고 선택하는 것은 나의 몫이기 때문에, 선생님의 청혼 유무에 관계없이, K는 자유의지를 발휘했던 것이다.그로 인해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며 세상과 인연을 끊어야 할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
달보도레 멤버들은 K의 자살로 선생님의 행동이 방아쇠가 되었다고 말했다. 벼랑 끝에 서 있다가 아주 가는 실을 잡고 버티다가 그 실에 닿아 끊어 버렸다고.
그러다보니 일련의 문장이 확 풀려버리는 마법같은 일이 벌어졌다. 역시 넓은 시야를 가진 멤버들과 함께 읽으면 고전이 재미있어진다.
그토록 사랑했던 아내에게 결코 행복을 주지 못한 그의 행동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한 사람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또 한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적당할까.아내에게 티끌 한 점 남기기 싫었던 것은 본인의 욕심이었다. 그 기분도 아내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미지 때문이었다. 너무 이기적인가.
티끌 하나 남기고 싶지 않았는데 그것 때문에 아내는 평온했던가. 그 또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관계에 있어 솔직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난제가 아닐까.
사랑하는 것과 그 사랑을 표현하는 것은 정말 다르다. 나는 잘 모르겠다. 그 사랑의 표현이 아내에게는 충분했던 것일까. 그것은 오로지 선생의 부인만이 알 것이다.
유서 내용을 아내에게 알리지 말라고 한 선생님의 유언을 나는 지켜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얘기가 오갔다.
각자 스타일에 따른 답이 나왔지만 이 역시 당사자인 아내가 원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대답해야 한다.
선생은 K가 원치 않는 호의를 갖고 선의로 시작했지만 비극으로 끝난 사건에서 보듯 선의는 언제나 좋은 결과를 낳지 않는다.
고전 독서회에 참가하는 마음
내가 왜 이걸 한다고... 안 한다고 해야 되나?새로운 작품을 펼칠 때마다 무한 반복 재생이다.
스토리를 어렵사리 따라잡거나, 그마저도 못한 채 참석하는 모임은 참으로 불편하다. 그런데도 2시간을 보내고 나니 이렇게 마음이 후련하다. 숨어있던 눈을 뜨는 기분이야. 내가 보지 못한 것을 그들은 어떻게 이렇게 멋지게 발견할까?
남다른 관점과 사유의 깊이를 지닌 이들에게서 많은 것을 얻고, 또 다음 책을 펴며 머리를 싸맨 세월이 벌써 10개월이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그래도 희망은 조금씩 스토리를 따라가는 힘이 생겼다.
고전 근육을 키우기 위해 시작한 모임이었다. 근육이 늘어나는 데는 물론 고통이 수반되는 것. 멱살 잡히고 끌려가는 느낌인데 이렇게라도 끌려가는 오늘을 칭찬할 날이 올까. 후후후
그러고 보니 이것도 마음의 그릇을 키워나가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오늘의 책으로 이어질까.
적극적으로 연결되고 생각이 부딪치는 경험!!!
*이번 책은 밀리의 서재에서! 전자 책임에도 술술 읽혔다. 작품이 좋으면 전자책 종이책이 의미가 없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