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아파트 경비원

 오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한 아파트 경비원의 SNS 글에 댓글을 달았다는 기사를 봤다. 경비원이 예전에 쓴 임계장 이야기라는 책이 나왔다는 기사도 읽었다. 항상 위시리스트에만 있고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곧 꼭 읽어보고 싶다. 한국 아파트는 아주 커. 경비원이 몇 명인지는 모르지만 그 관리에는 많은 일이 있을 것이다. 택배와 쓰레기만 해도 큰일이 날 것 같은데 각종 진상 주민까지 관리하려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것이다.

파리에는 서울만큼 큰 아파트 단지가 많지 않다. 거의 없다고 보면 돼. 나는 파리에서 두 번 이사를 해서 모두 3개의 아파트에 산다. 이 세 명의 경비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Nexity Studea=10년 전부터 4년간 처음 산 곳은 학생 기숙사형 아파트다. 이곳 1층 입구에는 경비사무소가 있었고 직원은 3명이었다. 그중 한 사람이 책임자이다. 50대 여성이었다. Nexity사 소속 같았어 일은 건물관리다.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는데도 주말에는 일을 하지 않고 월금 오전 3시간, 오후 3시간이었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나도 당시 평일에는 학교에 다니고 집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려면 주말에 해야 하는데 관리사무소가 문을 닫아서 그냥 해결하고 있었다. 경비책임자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것 같지만 점심시간이나 주말에는 아예 일을 하지 않는다. 휴대전화 번호는 공개되지 않은 듯했고 원하는 것이 있으면 음성메시지를 남기거나 메일을 써서 의사소통을 시도했다.


Faubourg Saint Antoine의 남편을 만나 5년 동안 살았던 아파트는 1800년대에 지어진 정말 파리지앵스러운 아파트였다. 큰길가에 있는 문을 하나 열고 들어서자 미음자 형태의 6층 아파트가 있었다. 입구 한가운데 경비원 아저씨 사무실이 있고 입주민들과 상가 직원들이 이곳을 모두 지나가게 돼 있었다. 5년간 경비원이 3번이나 바뀌었지만 첫 번째와 세 번째 경비원은 같은 아파트 2층에 산다. 경비원이라기보다 이웃이다. 아침 8시부터 일하고 점심시간은 1시부터 3시까지는 쉰다. 시간이 되면 문을 꼭 닫아주고 경비원은 가족과 식사를 하거나 어린 딸과 놀아준다. 두 번째 경비원은 빈자리를 메우는 임시직이었지만 하루 종일 책만 읽었다. 경비원과는 달리 말수도 적었고 정말 하루 종일 책이나 신문만 읽고 뭔가 전할 메시지가 있으면 메모에 적어 우체통에 넣어 두곤 했다. 셋 다 너무 좋은 사람들이었어 연말이 되면 프랑스에서는 아파트 경비원에게 소정의 선물을 주는 문화가 있다. 우리는 항상 봉투에 크리스마스 카드를 쓰고, 50유로짜리를 넣고 초콜릿과 샴페인을 사주었다. 내가 아기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6층을 매일 오르내리면 경비원 양 씨는 정말 별 생각 없이 나를 도와주었다. 정말 고마운 사람 동네 오빠처럼 양 씨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양에게 늘 고맙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우리 아기에게 가끔 너도 크면 냥이 같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 euthymie , 출처 Unsplash


Avenue philippeauguste 지금 이사 온 아파트는 엄청 커 13층짜리 아파트 동 3개가 모여 있고 500가구가 살고 있다. 집주인이 되고 나서야 아파트 관리가 어떤지 정확히 알게 되었다. 한 아파트 주인은 매년 모여 회의를 열고 의사결정을 한다. 그러한 모임을 샌딕(Syndic, 조합)이라고 한다. 물론 작은 아파트는 직접 행정적 처리를 하면 되지만 이처럼 큰 아파트는 외부에 아파트 관리대행업체를 고용해 이 관리대행업체가 모든 일을 하고 조합은 돈을 낸다. 그럼 그 모든 것은 뭐지?경비원을 뽑아 월급을 지급하고 관리하는 모든 일, 공동사용공간 공사, 매년 실시하는 회의와 선거관리, 집안에 문제가 있을 때 연락할 수 있는 창구운영 등이다. 매우 전문화되어 있어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모든 정보가 다 나오고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집결이 어려워 온라인 선거시스템까지 도입했다. 집 난방에 문제가 있으면 A사 연락처, 물에 문제가 있으면 B사 누구, 전기에 문제가 있으면 C사 누구, 엘리베이터에 문제가 있으면 D사 누구 등 잘 체계가 잡혀 있어 주민 불만을 해결해 준다.우리 경비원은 60대 후반이나 70대로 보인다. 포르투갈 출신의 로드리게스 씨로 이 아파트에서 엄청나게 오래 일해 온 베테랑이다. 이 분도 안 하는 일의 구분이 분명하고 업무시간도 칼이다. 가장 새로웠던 것은 우편물을 절대 받지 않는다는 규칙이 있어서 사무실에서 가장 크게 붙여 놓았다. 처음엔 좀 받아줬다가 잘못 배송되면 경비원 아저씨를 도둑으로 의심하게 되고 그 뒤로는 절대 안 한단다. 사실 대신 받을 의무도 없는데 그저 도와주는 심정으로 받았다가 도둑 취급을 당하면 정말 억울할 것이다. 그래도 예전엔 양이 받아줬지만 지금은 대신 받아주는 사람이 없어 처음엔 좀 불편했다. 하지만 익숙해지면서 그냥 집에 있는 날만 배송을 시키게 되고 어쨌든 잘 적응해서 불편 없이 살고 있다. 저녁 무렵 귀가해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리고 돌아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늘 일로드리게스 아저씨가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넨다. 자녀에게도 연말에 소정의 봉투를 선물했다. 이 분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새해가 되면 경비실 앞 공용공간에서 파티를 열지만 모든 사람을 초대할 수는 없고 아이가 있는 집만 초대한다. 주스나 직접 구운 과자들을 푸짐하게 내어준다. 부모님께 친해지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아쉽게도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못하고 아이들에게 초콜릿을 선물했다.

© foodess , 출처 Unsplash


직업에는 귀천이 없는데, 남의 직업을 무시하고 심지어 왕따까지 하는 사람들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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